![[주디 편집노트 ②] 스튜디오의 불을 밝힌 후배들 1 Students in broadcasting studio 202607241847](https://3.38.96.124/wp-content/uploads/2026/07/Students_in_broadcasting_studio_202607241847-1024x572.jpeg)
이달 초, LVN 스튜디오에 모교 후배들이 찾아왔다.
학생회장 후보들과 토론회 사회를 맡은 학생들까지. 교복을 단정 입은, 영락없는 학생들이었다. 학생회 후보자 토론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토론은 학교 각 교실로 실시간 송출되었고, 학생들은 교실에서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 역시, 같은 학교를 졸업한 선배이다. 후배들이 올라가 무대 세팅을 하는 내내, 이 작은 공간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첫 무대가 되길 바랬다.
모니터 너머로 후배들을 바라보며 문득 오래전 내 학창 시절을 떠올랐다. 지금의 후배들보다 훨씬 철없고 장난기만 가득했던 그 시절의 나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토론에서 오가는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학생들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어른들의 회의에서나 나올 것으로 보이는 표현들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한 공약 하나하나에도 익숙한 어른들의 언어가 담겨 있었다.
물론, 완벽한 토론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어쩌면 아직은 어른들의 표현을 빌려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 배우고, 그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자신의 언어가 만들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토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의 선택을 만들어가는 경험 그 자체일 것이다.
카메라와 조명 앞에 앉는 것만으로도 긴장되는 일인데,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어른들에게서 배운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어른들을 보며 자란다. 말을 배우는 시기를 지나서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방식도, 토론하는 태도도, 서로를 대하는 자세도 그렇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토론도, 경쟁도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공동체를 위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태도 역시 어른들이 먼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믿음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작성하는 오늘, 멈춰있던 지역 시의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역에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과 결정해야할 일들이 여전히 많은 만큼,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는 어른들의 성숙한 정치 과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날 스튜디오에서 후배들의 토론을 보며 확신했다. 미래는 거창한 담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실에서,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작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많은 구호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말하고, 틀리고, 듣고, 배울 수 있는 ‘경험의 환경’이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아주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질 때마다 조금씩 만들어진다.
